신지혜 서울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지혜 서울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고양신문] 어느 순간 SNS 댓글이 평소보다 많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페미니즘이나 장애인 권리 보장 시위 등 특정 이슈에만 달렸다. 대부분의 댓글이 페미니즘과 장애인 권리 보장 시위를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평소보다 많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 시점도 명확했다. 페미니즘은 작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젠더 갈라치기 발언을 한 뒤 늘었고, 장애인 권리 보장 시위 관련 댓글은 이준석 대표의 발언 이후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댓글 대응에 힘 쏟지 않았다. 소통을 원하는 댓글보단 그저 비난하는 댓글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세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댓글이 많이 달리기 시작한 시점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힘을 가진 이들의 혐오 선동 발언 탓에 차별적 발언을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차별적 발언이 괜찮지 않다는 걸 누군가는 일상에서 말해야 했다. 

두 번째는 장애인 권리 보장 시위를 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시위의 목적을 더 많이 알려 달라 당부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지하철이 얼마나 연착됐는지 등 시민 불편에 맞춰 보도했고, 시민에게 사과하면서 시위를 이어 나가는 이유는 보도되는 경우가 적었다. 시위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댓글에 대응하는 것도 연대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거대양당에만 집중된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었다. 이번에 두 번째로 도전한 서울시장 선거였지만, 소수정당 후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차이가 컸다. TV방송토론회도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언론의 무관심은 처절할 정도였으니, 댓글이 후보의 생각을 알릴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방법이었다. 

생각이 다른 상대와 싸우기보다 설득을 목적으로 댓글 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유튜브 댓글은 내 영상이 타인에게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추천돼 알지 못하는 이들의 비난에 가까운 댓글이 많았다. 울컥하는 감정을 뒤로 하고 위트를 첨가해 댓글을 다는 것도, 설득을 위한 최선의 단어를 찾고 차별적 발언엔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도 에너지가 아주 필요한 일이었다. 게다가 선거운동하면서도 휴식을 줄여가며 틈틈이 댓글을 달았더니 평소보다 배로 힘이 들었다. 힘을 쏟아붓는 게 성과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됐다는 상황에 숨지 않고 댓글 계속 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선거가 끝난 뒤였다. 선거 끝낸 소회를 나누면서 댓글논쟁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와 SNS에서 대화하는 것에 힘을 쏟고 싶지 않아 말을 보태진 않았지만, 차별적 발언은 잘못됐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나름의 사명감으로 댓글을 주고받는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속 시원했다고, 위로됐다고, 차별엔 단호하게 대처해서 고맙다는 말에 나 역시도 위안 받았다. 댓글을 마주하고 고민하는 시간은 외로웠지만, 이 역시도 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었구나. 노력을 알아주는 이들에게 고마웠다. 

위안과 함께 또 다른 과제도 실감했다. 이제는 백래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 백래시에 대응할 용기를 함께 키우며, 끊임없이 연결되는 연대의 정치가 평등을 확장할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 글을 쓴 신지혜 상임위원장은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를 역임했고,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6.1지방선거를 치렀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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